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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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려간 사람들 / 박영희
끌려간 사람들 박영희 조선사람 생명보다 한조각 탄이 중요했던 일제시대 식민지시대 열두 시간 숯 파는 노동이 끝나면 한끼는 잠으로 때우고 두 끼니는 옥수수 두 개뿐이었네 어떤 사람은 허기에 지쳐 옥수수를 씹다 혓바닥을 깨물었네 살아야 한다고 살아서 돌아가야 한다고 소화 안..
2017.12.27 -
산등성이 / 고영민
산등성이 고영민(1968~ ) 팔순의 부모님이 또 부부싸움을 한다. 발단이 어찌됐든 한밤중, 아버지는 장롱에서 가끔 대소사가 있을 때 차려입던 양복을 꺼내 입는다. 내 저 답답한 할망구랑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2017.12.26 -
보성 아줌마/박영희
보성 아줌마 박영희 찔를라문 팍 찔르든가 말라믄 말제마는 염병할 시상 누구는 서방 잘 만나 양산 쓰고 궁뎅이 흔들고 누구는 노가다판에 나와 아침에는 못에 찔리고 저녁이믄 저녁이라고 뭣에 찔리고 죽어라고 땅만 고르면 뭘해 시상은 골라지지가 않는 것을.
2017.12.11 -
청양행 버스기사와 할머니의 독한 농담 / 이 정록
청양행 버스기사와 할머니의 독한 농담 이 정록 - 이게 마지막 버스지? - 한 대 더 남었슈. - 손님도 없는데 뭣하러 증차는 했댜? - 다들 마지막버스만 기다리잖유. - 무슨 말이랴? 효도관광 버슨가? - 막버스 있잖아유. 영구버스라고. - 그려. 자네가 먼저 타보고 나한테만 살짝 귀띔해줘. 아 ..
2017.11.09 -
떠난 님 / 서동춘
떠난 님 -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그대를 그리워 하며 - 함께했던 라이더 위일량을 추모하며 - 서동춘(길따라_ 저 먼 하늘로 자전거 여행을 떠난 그대 가시는 길에 구름 정거장 들려, 한 점 바람으로 목을 축이세요. 구비구비 흐르는 도로를 내려다보며 라이더들에게 싱긋한 햇살로 미소를 지어주세요. 가시는 길에 먹구름을 만날지라도 비를 머금고 있는 잉태의 구름임을 축복해주시고 잠시 길을 내주시어 하늘과 대지에 시원한 그늘 드리우게 해주세요. 가시는 길이 멀어도, 새들을 길동무 삼으시고 서녁 하늘 고향 땅으로 지는 노을로 길잡이 삼으세요. 그리움에 목이 메어도, 먼 길 떠나시는 당신이 챙긴 길양식이오니 조금씩 아껴드세요. 그립고 그리운 그대, 가시는 길 불 밝혀 줄 사랑의 노래 띄워보냅니다.
2017.10.27 -
색동 시월 - 이 정록
색동 시월 이 정록 미용실에 들렀는데 목수 여편네가 염장을 지르데. 자기 신랑은 거시기가 없는 줄 알았다고 종일 먹줄 퉁기다 오줌 주곤 했으니 거시기까지 몽땅 새카매서 처음 봤을 때 자기도 모르게 거시길 뒤적거렸다고. 그랬더니 시커먼 숲에서 망치가 튀어나와 지금까지 기절시키고 있다고. 지는 처음부터 까본 년이라고. 그게 이십년 넘게 쉰내 풍기는 과부한테 할 소리여. 머리 말던 정육점 마누라가 자기는 첫날 더 놀랐다고 호들갑 떨더라고. 거시기에 피딱지가 잔뜩 엉겨붙어 있더라나. 어데서 처녀를 보고 와서는 자기를 덤으로 겸상시키는 줄 알았대. 하루 종일 소 돼지 잡느라 피 묻은 속옷도 갈아입지 못했다고 곰처럼 웃더라나. 자기는 아직도 거시기에 피 칠갑을 하는 처녀라며 찡긋대더라고. 그게 없는 년한테 씨부렁댈..
2017.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