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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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금산 - 이 성복
남해 금산 이 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2010.05.11 -
어머니 - 김 동환
어머니 김 동환 그만 들어가세요 어머니 그래 조심해서 가거라 마늘과 쌀을 승용차에 싣고 나서도 굳이 서 계신 어머니를 골목 어귀까지 모셔다 드렸다 차를 돌려 가려는데 이 쪽을 바라보며 골목에 앉아 계신 어머니의 모습이 헤드라이트에 비쳤다 차에서 내려 다시 집 가까이 바래다 드렸다 천천히 ..
2010.05.07 -
혼자 가는 먼 집 - 허 수경
혼자 가는 먼 집 허 수경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 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
2010.05.04 -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 장 정일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장 정일 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굵직굵직한 ..
2010.04.27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 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가 피우고 나를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
2010.04.23 -
껍데기는 가라 - 신 동엽
껍데기는 가라 신 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
2010.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