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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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 - 조 지훈
낙화 조 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피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
2010.04.19 -
성북동 비둘기 - 김 광섭
성북동 비둘기 김 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뀌 휘 돈..
2010.04.18 -
문의(文義)마을에 가서 - 고은
문의(文義)마을에 가서 고은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소백산맥 쪽으로 뻗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
2010.04.14 -
투명한 속 - 이 하석
투명한 속 이 하석 유리 부스러기 속으로 찬란한, 선명하고 쓸쓸한 고요한 남빛 그림자 어려 온다, 먼지와 녹물로 얼룩진 땅, 쇳조각들 숨은 채 더러는 이러저리 굴러다닐 때, 버려진 아무것도 더 이상 켕기지 않을 때, 유리 부스러기 흙 속에 깃들어 더욱 투명해지고 더 많은 것들 제 속에 품어 비출 때..
2010.04.13 -
보리피리 - 한 하운
보리피리 한 하운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늴리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ㄹ 늴리리. 보리피리 불며 인환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ㄹ 늴리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ㄹ 늴리리.
2010.04.09 -
노동의 새벽 - 박 노해
노동의 새벽 박 노해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아 이러다간 오래 못 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 가지 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 기름투성이 체력전을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 가도 끝내 못 가도 어쩔 수 없지 탈출할 수만 있다..
2010.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