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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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 김사인
인절미 김사인 외할머니 떡함지 이고 이 동네 저 동네로 팔러 가시면 나는 잿간 뒤 헌 바자 양지 쪽에 숨겨둔 유릿조각 병뚜껑 부러진 주머니칼 쌍화탕병 손잡이 빠진 과도 터진 오자미 꺼내놓고 쪼물거렸다 한나절이 지나면 그도 심심해 뒷집 암탉이나 애꿎게 쫓다가 신발을 직직 끈다..
2018.09.13 -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윤동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윤동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
2018.09.12 -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김 사인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 김 사인 하느님 가령 이런 시는 다시 한 번 공들여 옮겨적는 것만으로 새로 시 한 벌 지은 셈 쳐주실 수 없을까요 다리를 건너는 한 사람이 보이네 가다가 서서 잠시 먼 산을 보고 가다가 쉬며 또 그러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너네 빠른 걸음으로 지나서..
2018.06.19 -
인절미 / 김사인
인절미 김 사인 외할머니 떡함지 이고 이 동네 저 동네로 팔러 가시면 나는 잿간 뒤 헌 바자 양지 쪽에 숨겨둔 유릿조각 병뚜껑 부러진 주머니칼 쌍화탕병 손잡이 빠 진 과도 터진 오자미 꺼내놓고 쪼물거렸다 한나절이 지나면 그도 심심해 뒷집 암탉이나 애꿋게 쫓다가 신발을 직직 끈다..
2018.04.18 -
미투 / 임보
미투(美鬪) 임보 진달래가 벌에게 당했다고 하니 민들레도 나비에게 당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매화 산수유 복숭아 살구 자두 들이 떼를 지어 ‘나두! 나두! 나두!’ 아우성을 쳤다 드디어 벌과 나비들이 얼굴을 싸쥐고 은둔에 들어갔다 그래서 그해 과일나무들은 열매를 못 달고 세상은 깊..
2018.03.29 -
치마 / 문정희
치마 - 문정희 - 1947년생 보성출신 여류시인, 동국대 석좌교수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는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하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
2018.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