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행 버스기사와 할머니의 독한 농담 / 이 정록
2017. 11. 9. 18:16ㆍ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
청양행 버스기사와 할머니의 독한 농담
이 정록
- 이게 마지막 버스지?
- 한 대 더 남었슈.
- 손님도 없는데 뭣하러 증차는 했댜?
- 다들 마지막버스만 기다리잖유.
- 무슨 말이랴? 효도관광 버슨가?
- 막버스 있잖아유. 영구버스라고.
- 그려. 자네가 먼저 타보고 나한테만 살짝 귀띔해줘. 아
예, 그 버스를 영구적으로 끌던지.
- 아이고 지가 졌슈.
- 하투판이든 윷판이든 지면 죽었다고 허는 겨. 자네가 먼저 죽어.
- 알았슈. 지가 영구버스도 몰게유. 본래 지가 호랑이띠가 아니라 사자띠유.
- 사자띠도 있남?
- 저승사자 말이유.
- 싱겁긴. 그나저나 두 팔 다 같은 날 태어났는데 왜 자꾸 왼팔만 저리댜?
- 왼팔에 부처를 모신 거쥬.
- 뭔 말이랴?
- 저리다면서유? 이제 절도 한채 모셨고만유. 다음엔 승
복 입고 올게유.
- 예쁘게 하고 와. 자네가 내 마지막 남자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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