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하나 - 백 무산

2009. 12. 7. 19:42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

가방 하나

 

    백 무산

 

두 여인의 고향은 먼 오스트리아

이십대 곱던 시절 소록도에 와서

칠순 할머니 되어 고향에 돌아갔다네

올 때 들고 온 건 가방 하나

갈 때 들고 간 건 그 가방 하나

자신이 한 일 새들에게도 나무에게도

왼손에게도 말하지 않고

 

더 늙으면 짐이 될까봐

환송하는 일로 성가시게 할까봐

우유 사러 가듯 떠나 고향에 돌아간 사람들

 

엄살과 과시 제하면 쥐뿔도 이문 없는 세상에

하루에도 몇 번 짐을 싸도 오리무중인 길에

한번 짐을 싸서 일생의 일을 마친 사람들

가서 한 삼년

머슴이나 살아주고 싶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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