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진다는 것 - 고 운기

2009. 11. 27. 22:05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

익숙해진다는 것

 

   고 운기

 

오래된 내 바지는 내 엉덩이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칫솔은 내 입안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구두는 내 발가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빗은 내 머리카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귀갓길은 내 발자국 소리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아내는 내 숨소리를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오래된 것들 속에서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바지도 칫솔도 구두도 빗도 익숙해지다 바꾼다

발자국 소리도 숨소리도 익숙해지다 멈춘다

 

그렇게 바꾸고 멈추는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