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 류 인서

2009. 11. 20. 22:34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

 

    류 인서

 

  중견 의사 모(某)씨의 수련의 시절 임상경험담을 일간지 칼럼

에서 본 적이 있다

 

  하루는 울며불며 엄마 손에 끌려온 꼬마 환자를 살폈는데 가

슴에 제법 굵다란 종기가 있더라고, 젊은 의사 모씨, 누렇게 곪

은 소녀의 젖꽃판을 손가락으로 힘껏 눌러 짰더니 저런! 팥알만

한 젖꼭지까지 묻어나 얼결에 피고름의 솜뭉치와 함께 쓰레기통

에다 버렸다나? 등줄기며 간담까지 서늘해진 그의 불면의 밤들,

꿈길에서조차 더러 유두 없는 처녀귀신에게 쫓기곤 했다는 것

 

  인근 소읍에서 개업한 지 여러 해, 진찰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소녀티 갓 벗은그녀를 한눈에 알아봤다지 불안이나 죄책감은

숨긴 채 청진기를 들이댄 그의 시선 끝에 아, 새순의 귀여운 젖

꼭지가 잡히고 순간 감사와 흥분, 일종의 경외감까지 뒤엉켜 왈

칵 눈물이 솟더라고

 

  무엇이, 어떤 심묘한 힘이 그녀의 가슴에다 분홍 꽃눈을 다시 돋

게 했을까 시간이 지닌 설명 불가능의 복원력,  소녀의 몸에 잠들

어 있던 여자가? 그녀 자궁에 잠재태로 기다리고 있을, 태어나

지 않은 아가의 무구한 작은 입술이?

 

  우리 몸 안팎에서 일시에, 생명의 한 방향으로 집중해 떠다 미

는 알지 못할 힘의 총량, 그녀 몸과 그의 마음 대체 어느 부분이

어느 순간에 하나로 만나 그리 힘껏 밀어내고 끄집어당겼을까

돋아 곱다랗게 꽃 피게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