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을 켜는 늙은 악사 - 김 수영

2009. 11. 23. 21:49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

해금을 켜는 늙은 악사

 

   김 수영

 

그의 손가락이 현 위에서 춤을 추자

한때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던

주름진 미간이 떨린다

두 줄 현 위에서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

죄었다 풀며 현 위를 구르는 소리가

그를 이 세상 밖으로 밀어낸 건 아닌지

그가 빠졌던 숱한 구렁

그 굽이에서 건져올리는 저 질긴 소리

 

굿잔에 서지 않으면 온몸이 시름인

저 늙은 년의 굿에는 마른천둥이라도 불러야지

숨가쁜 복장단에 무당은

시퍼런 양날 작두 위에 서고

그는 한치 제겨디딜 데 없는

두 줄 현 위에 서서 먼 곳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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