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호에서 - 나희덕

2020. 9. 14. 20:32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

천장호에서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 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 것도 아무 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지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나희덕의 시집 [그곳이 멀지 않다]에서 - 최진석의 도덕경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