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 - 이 육사

2010. 3. 17. 21:51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

광야

 

이 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蔭)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마음의 쉼터 > 차 한 잔과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성 704 - 김 영승  (0) 2010.03.22
성탄제 - 김 종길  (0) 2010.03.19
타는 목마름으로 - 김 지하  (0) 2010.03.15
바람의 말 - 마 종기  (0) 2010.03.13
봄바다 - 김 사인  (0) 2010.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