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으로 - 김 지하

2010. 3. 15. 21:47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

타는 목마름으로

 

   김 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 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마음의 쉼터 > 차 한 잔과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탄제 - 김 종길  (0) 2010.03.19
광야 - 이 육사  (0) 2010.03.17
바람의 말 - 마 종기  (0) 2010.03.13
봄바다 - 김 사인  (0) 2010.03.11
초승달 - 나 희덕  (0) 2010.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