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그늘 - 박 규리

2010. 1. 15. 21:48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

산그늘

 

    박 규리

 

먼산바라기만 하던 스님도

바람난 강아지며 늙은 산고양이도

달포째 돌아오지 않는다

자기 누울 묏자리밖에 모르는 늙은 보살따라

죄 없는 돌소나무밭 돌멩이를 일궜다

문득,

호미 끝에 찍히는 얼굴들

절집 생활 몇년이면 나도

그만 이 산그늘에 마음 부릴 만도 하건만,

속세 떠난 절 있기나 한가

미움도 고이면 맛난 정이 든다더니

결코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

하필 그리워져서

눈물 찔끔 떨구는 참 맑은 겨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