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 나 희덕

2010. 3. 9. 10:02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

초승달

 

   나 희덕

 

오스트리아 마을에서

그곳 시인들과 저녁을 먹고

보리수 곁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등 뒤에서 어떤 손이 내 어깨를 감싸 쥐었다

나는 그 말을 알아들었다

그가 몸을 돌려 준 방향으로 하늘을 보니

산맥 위에 초승달이 떠 있었다

달 저편에 내가 두고 온 세계가 환히 보였다

 

그 후로 초승달을 볼 때마다

어깨에 가만히 와 앉히는 손 있다

 

저 맑고 여원 빛을 보라고

달 저편에서 말을 건네는 손

다시 잡을 수 없음으로 아직 따뜻한 손

 

굽은 손등 말고는 제 몸을 보여주지 않는 초승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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