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가는 소리 - 유 안진

2009. 12. 23. 20:02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

비 가는 소리

 

   유 안진

 

  비 가는 소리에 잠 깼다

  온 줄도 몰랐는데 썰물소리처럼

  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의 음정(音程)

 

  밤비에도 못다 씻긴 희뿌연 어둠으로, 아쉬움과 섭섭함이 뒤축 끌며 따라가는 소리,

괜히 뒤돌아다보는 실루엣, 수묵으로 번지는 뒷모습의 가고 있는 밤비소리, 이 밤이

새기 전에 돌아가야만 하는 모양이다

 

  가는 소리 들리니 왔던 게 틀림없지

  밤비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오는 줄도 몰랐다가 갈 때 겨우 알아차리는

  어느새 가는 소리가 더 듣긴다

  왔던 것은 가고야 말지

  시절도 밤비도 사람도 ......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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