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간다 - 정 영
2009. 12. 21. 19:43ㆍ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
떠간다
정 영
사람들은 약수터에서 산을 떠간다
무덤 많은 산이라 물맛도 좋다며
뼈도 떠가고 눈동자도 떠간다
꽃이 피면 호랑이의 뿌리도 떠가고
민들레의 젖도 떠간다
단풍 들면 불타는 내장도 떠가고
금세 바스러질 듯한 세월의 손바닥도 떠간다
눈이 오면 시퍼런 몸, 최후의 숨결도 떠간다
줄을 서서 차례로 빈 통을 들이밀며
우리는 갸륵하게
산 뒤에 차려놓은 구름 한덩이도 마저 떠간다
또 누군가는 나를 떠갈 것이다
'마음의 쉼터 > 차 한 잔과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무것도 그 무엇으로도 - 이 병률 (0) | 2009.12.28 |
---|---|
비 가는 소리 - 유 안진 (0) | 2009.12.23 |
서창, 해장국집 - 전 성호 (0) | 2009.12.18 |
맨발 - 문 태준 (0) | 2009.12.16 |
국수 - 이 재무 (0) | 2009.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