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 재삼
2009. 10. 26. 21:42ㆍ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 질 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늦은 가을 입니다. 깊어가는 가을, 바다가 다 와, 이제는 잔잔해진 인생의 말미에서 조용함을 즐기는, 그 아름답게 지저귀던 첫 사랑이 이제는 큰 바다에 이른 시인의 큰 사랑을 볼 수 있는 시군요. 여러분 공부도 좋지만, 마음 한 편에 시를 담을 수 있는 공간도 좋답니다. 마음의 여백, 때론 우주와도 통하는 지혜의 창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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