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 이 기택
2009. 10. 16. 09:24ㆍ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
소
이 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 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그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 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고 짓이기고 삼켰다가 또 꺼내어 짓이긴다.
'마음의 쉼터 > 차 한 잔과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 선우 (0) | 2009.10.24 |
---|---|
긍정적인 밥 - 함 민복 (0) | 2009.10.19 |
푸른 곰팡이 - 이 문재 (0) | 2009.10.14 |
산문에 기대어 - 송 수권 (0) | 2009.10.12 |
감나무 - 이 재무 (0) | 2009.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