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의 초기 조건

북경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펄럭이면 그 영향으로 한 달 뒤 뉴욕에서 비가 내린다는 것은 카오스 이론의 하나인 나비효과를 말한다. 물론 초기조건이 중요하다는 멱집합에 대한 문학적 표현으로, 날씨를 결정짓는 조건이 너무 많아 일기예보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나비효과가 학습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어떤 교재와 학습법으로 공부를 시작했느냐가 그 학생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나비효과는 교육의 초기 조건과 같다. 학생의 두뇌와 노력에 따라 적합한 교재가 다를 터이다. 대체적으로 수학은 이런 원리가 잘 적용된다. 하지만 영어에선 전혀 이것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시험 영어에 익숙해진 대한민국 영어는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히 시험영어가 학생들을 망치고 있다. 국가와 대통령이 나서서 망치고 있으니 일반 국민들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영어학습에서 초기조건을 정해야할까? 당연히 읽기과 듣기다.  대략적으로 아이들의 두뇌에서 언어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는 초등학교 3학년에서 4학년 정도로 보면 된다. 현재 유치원생까지 영어 열풍이 불지만, 아무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아무 효과가 없다는 말은, 사실은 어머어마하게 손해를 보고 있다는 말이다. 표면적으론, 손해가 아닌 듯하지만, 맞지 않는 교육을 시킬 땐, 아이의 두뇌가 망가지고 인성이 망가지고, 헛돈이 깨지고, 습관이 나빠지고, 놀며 체력을 키워야할 때, 책상머리에 앉아 쓸모없는 고민을 했으니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그런데 왜 독해부터 해야 할까? 흔한 오해 중의 하나는 문법을 알아야 독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은 그 반대다. 독해를 잘 해야 문법을 잘하는 것이다. 나중에는 서로 보완적인 관계가 되겠지만, 우선은 독해가 먼저다. 일반적으로 국어를 깨우친 아이들은 영어 독해도 쉽게 깨우친다. 지나치게 어렵지 않은 단어로 이루어진 동화 소설을 주면, 아이들이 문법을 몰라도, 글의 흐름을 맞추어 해석해 간다. 국어를 깨우친 덕분이다. 언어란 점에서 국어와 영어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어를 깨우친 아이는 쉽게 독해력을 깨우치는 것이다. 그런 독해력을 바탕으로 회화와 문법으로 영역을 넓혀가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3학년을 기준으로 해서 그 이하는 동화 영어로 가장 간단한 영어를 시작하면 좋다. 아이들이 고민도 하지 않고, 그림책을 보기 때문에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어 좋다. 그리고 아이들은 금세 이해하고 금세 잊어먹기 때문에, 몇 권을 구입해 주기적으로 반복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그리고 3학년 이후엔, 영어 동화나 축약본 영어소설로 낮은 단계부터 시작하면 아주 재미있다. 300단어 정도의 영어동화(소설)에서 서서히 시작해 차츰 늘려가면 초등학교 수준에서 수능 정도의 영어는 무난하다. 그 외 영어를 통해 천재성 함양은 물론, 언어의 분석과 종합력을 키울 수 있어, 장점이 한두 가지로 끝나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