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산 - 임동확
2009. 9. 8. 09:49ㆍ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
가을산 / 임동확
다시 그리운 수렴 사이로 아쉬운 듯
추억처럼 몇 개 열매를 남겨놓은
그 가을산에 오르면
제그림자 하나 맘껏 뻗지 못하는
검게 그을린 산등성이
키 작은 관목숲의 호위를 받으며
몸이 커 버림받은 불새가 앉아 있다
마치 져버린 붉고 노오란 낙엽처럼
그렇게 휩쓸려가는 시간 속에서
날지 못하는 기다림이 깃털을 부풀리며
억센 뿌리의 갈대꽃만 온통 절정인
그곳에 저만의 크기로
아주 오래 숨죽여 울고 있다
그렇다 한 번 날기 위해
아니 두 번 날기 위해
아니 두번 죽지 않기 위해 천년을
저렇듯 자세조차 틀지 않은 채
돌처럼 견딜 수도 있겠구나
그러다가 절박하면 제 안 깊숙이
파고들어 거기 그대로
順命해갈 수도 있겠구나
머피 제자님들, 하루에 시 한 편씩 감상해보시면 어떨까요?
그리고 여러분들도 마음에 드는 시가 있으면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여기에 올려봅시다.
임동확 시인은 기독교 신자지만 불교에 대한 시를 많이 쓴 뛰어난 시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