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새김질

2009. 1. 7. 11:18머피선생수다/머피 선생의 식설객설

밤 늦은 시간,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 하고 틀어박혀 있다. 책도, 일도 팽개치고, 뭔지 빠진듯한 기분. 세상은 채웠다가 다시 서서히 풀어 가는 것인데, 잠시 착각을 한 것 같다. 더 채울 수 있다고, 아니, 사실은 한참을 더 채워야 하는데 이미 다 채웠다는 착각을 한 것 같다. 더 받아들이고, 반성하고, 어쩌면 세상을 바라보는 한 계기가 마련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세심이란, 반성을 통해 이루어지는 건데. 한참을 반성하고, 세상의 순리를 배워야할 것 같다. 지나친 고집도 때론 흉기가 될 수 있음을 새겨야 될 것 같고, 불가원 불가근이라고 절제의 미덕을 실천해야할 것 같다. 싸늘한 집이 싫어, 한 번 술을 대면 절제가 되지 않는 버릇도 이 참에 고쳐야 될 듯하다. 무엇보다도, 그리움을 그리워할 줄 알아야겠다. 일에 지치고, 일에 골몰하여 외고집으로 변해 있는 나를 비춰어 볼 수 있는 그리운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거울로 삼아야 될 것 같다. 떨어지지 않는 감기에 비염이 유난한 이 겨울, 참 긴 겨울이 될 것 같다. 조용하고 따뜻했던 옛 시절의 내가 아닌 모습, 세상을 살아가는 한 철학에서 절대적인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사는 고치에 든 유충이리라.
왠지 하루종일 외롭고, 씁쓸하고, 죄인같은 기분이다. 단 한 줄로 작업을 못하고 고뇌에 잠겼던 이 하루가 뼈저린 반성으로 삶의 넉넉함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처가 그리운 건, 비수를 든 지식인의 고뇌와 날카로움이 아니라, 흙은 어루만지는 농부의 굵은 손마디에서 나오는 생명의 힘이고,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어미의 품성과 넉넉함이 그리웁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이 밤만은 부처의 품에 안기고 싶다. 괜시리 눈물이 그렁거리고, 가슴이 울먹거리는 것은 어인 까닭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루 종일 나만의 공간이 허무인 것도, 노랫가락이 뜯는 현도, 핏줄을 튕기듯 가슴이 쓰리다.
이 하루의 고뇌가 더 따스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자양분이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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