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등산 /자전거 여행

9월 10일 제 26회 문화체육부장관기 진안 홍삼 전국 생활체육 산악 자전거 대회

길따라야 2017. 9. 12. 17:55

울산 울트라 이후 처음 출전하는 진안 문체부 장관배 산악 자전거 대회다. 코스가 악마의 이빨처럼 생겨 <악마의 코스>라는 별칭이 있지만 그 코스가 또한 만만치 않아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당연 긴장할 밖에.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간 밤에 챙겨놓은 배낭을 메고 집결지인 웨딩홀을 향해 출발한다. 쌀쌀한 어스름을 뚫고 가는 이 기분. 정신이 살짝 깨면서 이럴 기회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새벽 공기를 즐긴다. 간 밤에 정신줄을 놓을 만큼 마신 레옹이 '더 웨딩홀' 근처를 가는데 전화를 한다.
   "일어났어?"
   "의료원 쯤 지나는 중."
   "어 알았어. 금방 갈 게."
   "그려, 천천히 와. 아무래도 의료원 가서 싸고 가야 할 것 같어."
   그렇게 통화한 후, 의료원의 상례원에 들러 잠시 실례를 한다. 공공기관의 역할이 뭐 별건가. 이렇게 급한 민원도 꺼줄 줄 아는 인적 구성이자 시설이지....ㅎㅎㅎ 직원들 보기가 조금 민망하기는 했지만, 그네들도 충분히 이해하는 듯 살짝 눈길을 피해준다. 그리고 웨딩홀에 도착하니 이미 슈렉 님, 현대 님과 마운틴 님이 오셔서 잔차를 정리하고 있다. 현대 님이 구미로 앵무새를 사려고 차 한 대를 더 동원해 레옹이 그쪽으로 가고 나와 마운틴 님, 그리고 바딸 님과 슈렉 님이 한 차가 되어 출발한다.
   160~180키로의 속도로 달려 중간에 여산 휴게소에서 밥을 먹는다. 정천면에서는 먹을 곳이 없단다. 늘, 그렇지만 휴게소 음식은 정말 앙꼬 없는 찐빵이요, 영혼 없는 목사다. 그냥

꾸역꾸역 밀어넣고 출발하는데 날씨가 흐리다. 이날 하루 종일 날씨가 흐려 경기에 많은 보탬이 되었고 운전할 때는 가끔 위험하기도 했지만 수묵화와 같은 혹은 시골의 굴뚝을 연상시키는 은은한 정겨움도 안겨주었다. 그렇게 정천면 체육공원에 도착하니 많은 라이더들이 이미 도착해 몸을 풀고 있었다. 우리도 배번과 경품인 홍삼 절편을 받은 후 살살 몸을 푼다.
   전날 마신 술이, 또 사고다.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한 번, 휴게소에서 한 번. 그런데도 또 배가 살살 아파온다. 시합이 주는 긴장감도 한 몫 할 터이다. 평소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 듯 남자 화장실엔 대변기는 하나밖에 없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옆 주유소를 이용하는 사람도 여자 화장실을 잠시 실례하는 얌체족도 ....ㅎㅎ
   이 대회는 출발지와 기록 계측 장소가 달랐다. 입장 행사 전 중급 라이더들은 맨 앞에 배치하고 나머지 그룹은 행사 후 대충 그룹 별로 나눈 후 일시에 출발하여 약 400미터를 진행한 후 기록 계측소를 통과하면서 본격적인 시합이 펼쳐진다. 그랜드 2인 나는 남자부 맨 끝, 여자부 앞인데, 언제나 그렇듯,,,,남자들 맨 끝에 위치한다. 앞으로 나가고 싶은데 억지로 끼어들기도 민망하고 모두 선수들 같아 혹시 민폐가 될 듯하여 조용히 뒤로 간다. 그리고 5, 4, 3, 2, 1, 출발!!!
    천천히 달리다 어느 정도 공간이 확보되자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앞 그룹을 따라잡아야 지나치게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측소를 지나며 좀 더 가속을 붙인다. 드래프트로 체력을 안배할 생각을 갖는데 확실히 뒤에 있는 라이더들이 느리다. 할 수 없이 계속 치고 나가는데 한 선수가 나를 앞서 나간다. 기회다! 바짝 붙어 한참을 진행했다. 이 그룹에선 여성 라이더들이 선두를 유지하고 있었다. 실력들이 장난이 아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가니 내가 후미 그룹 선두였다. 앞 선수를 드래프트해서 체력을 아끼려던 작전은 이미 글렀고, 살짝 뒤돌아보니 내 뒤 양 편으로 편대를 이뤄 나를 쫓고 있었다..... 헐,,,, 아마 편하게 잘 이끌었던 것 같다. 그리고 도로가 끝나며 임도를 진입한다. 
   이제부터 진짜 경쟁이다. 몇몇 선수들이 치고 나간다. 임도 업힐은 내 주특기이기에 무리하지 않게 쫓아올라간다. 사실, 가장 조심할 때가 이때 아니던가! 아직은 힘이 있고 본격 경쟁이라는 걸 알기게 무리하게 치고 올라가기 십상이다. 그걸 알기에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최선을 다한다. 시합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요소는 두 가지다. 부하와 호흡. 부하가 과하게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페달링으로 올라가는데, 각도가 장난이 아니다. 길은 거칠고 각도도 쎄고 얼마나 더 갈지 모르니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그리고 실력이 비슷한 선수들과의 경쟁이기 때문에 다른 라이더의 움직임을 주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초반에는 함께했던 여자 라이더들이 앞서간다. 대단한 체력이다. 그런데 각이 쎄서 무겁게 타면 후반으로 갈수록 힘을 쓰지 못할 확율이 높았다. 몸의 힘을 빼고 가볍게 좌우로 움직여 최대한 가벼운 페달링을 한다. 그렇게 오르기 시작하니 앞서 갔던 여자 라이더들이 처지기 시작했고 그 후 못 보았다. 경기 중 초반 빼고 업힐에선 한 번도 추월당하지 않았다. 그렇게 고행하듯 오르고 오르니 저 멀리서 산 등성이가 겹치는 게 보인다. 올라온 높이를 계산해 봤을 때 저런 지형이라면 고개 정상이 틀림없을 것 같아, 남아 있던 물을 모두 마시고 막판 힘을 짜내본다. 

  정상!!! 정상이 주는 휴식감은 앞에 펼쳐진 경관의 빼어남이 아니라 고통이 끝났다는 안도감이리라. 그렇게 해방의 쾌감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보니 스탭들이 물을 따주고 있었다. 체력 소모가 많은 경기에서 물과 간식은 상당히 도움이 된다. 그래서 따지 않은 물 한 병을 요청하는데 바나나도 보인다. 그래서 스탠딩 자세로 바나나를 요청하면서 기다리는데 앞 라이더가 길을 내주지 않아 자꾸 시간이 지체된다. 결국 포기하고 물 한 병을 얻은 후 이차전에 돌입한다.

  헐,,,,내리막이 장난이 아니다. 급경사에 돌탱이들이 도전하듯 버티고 있다. 그래도 시합 아닌가. 내려가는데 물 병 떨어지는 소리가 천둥소리만큼 크게 들린다. 아차 싶다. 업힐 다 올라와서 파워젤을 하나 먹었는데, 파워젤 때문에 목이 더 타지 않을까 걱정이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시합이 끝날 때까지 목이 크게 마르지는 않았다. 하여튼. 이 운장산 임도 내리막은 싱글 수준으로 돌도 많고 급턴도 많아 이런 지형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나로서는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내 부수에 속한 한 라이더의 다운힐 실력은 정말 눈부셨다. 급턴을 스키딩턴으로 과감하게 치고 나가는데 굉장했다. 그게 스포츠의 멋이자 맛 아니던가. 부러움은 부러움이고 일단 안전하게 내려오는데 나에게 추월당했던 팻바이크를 탄 선수가 여기서 나를 다시 추월했다. 하강에서 그렇게 두 라이더에게 추월당하고 내려오니 도로와 연결된다. 짜릿했던 내리막을 뒤로 하고 이제 도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내가 가장 약한 부분이 도로다. 도로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짜릿한 성취감과 스릴 때문에 싱글을 주로 타지만 앞으로 개선할 점인 듯싶다. 하여튼, 도로를 달리는데 어떤 라이더가 쌩 지나간다. 헐,,,,그리고 또 쌩..... 헐,,,또.... 그리고 또 한 라이더....그리고 그 라이더들이 그룹을 지어 드래프트로 진행한다. 그 그룹에 끼고 싶어 바짝 엎드려 바람 저항을 최소로 한 후 페달링을 시작하는데 저 앞에서 보이긴하는데 도무지 좁혀지지가 않는다. 이렇게 무리하면 두 번째 업힐에서 망칠 것 같아 포기하고 내 페이스대로 달리기 시작하다. 그리고 또 생,,,,하면서 두 라이더가 짝을 이뤄 달린다. 이때다 싶어 그 뒤를 붙으니....이제 살만하다. 정말 여유롭게 붙어간다. 한 라이더가 빠지니 뒤 라이더가 붙고,,,내 차례인가 싶어 끌기 시작하는데 뒤가 허전한 느낌이다. 사람이 그렇게 민감한다보다. 상대가 보이지 않아도 호흡이 들리지 않아도 허전한 느낌에 뒤돌아보니 두 선수가 뒤쳐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속도를 줄인다. 그렇게 한참을 진행하니 다리가 나오고 스탭들이 업힐을 안내한다. 드디어, 이차전인가!!!



  일차전 업힐이 남성적으로 거칠고 빡쎄고 직선적이라면 이차전 업힐은 초반과 막판에 쎄고 중간은 구불구불한 곡선이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코스였다. 그리고 여자가 얼마나 지독하고 끈질긴지는 아시는 분들은 아시리라.... 그리 쎄지는 않지만 구불구불한 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저 앞에 그랜드 2의 배번호를 단 빨간 옷을 입은 두 선수가 보인다. 보이면 이미 잡은 것. 천천히 따라잡는다. 전반전에는 체력적 부담이 상당히 컸지만 후반전엔 몸이 풀린 기분이다. 힘을 주어봐도 무리가 없다. 단수를 높인다. 두 번째 업힐에서 같은 부수의 선수를 네 명 정도 추월한 듯하다. 그리고 이제는 제법 여유가 생겼는지 주변 시야도 들어오는데, 진안 대회 코스는 내 고향 서산에 있는 가야산과 지형이나 코스가 아주 비슷한 느낌이다. 임도 옆의 계곡은 가야산 용현계곡과 그리고 전반부 업힐은 샛고개와 아주 유사하다. 다만 그 길이가 두 배쯤 길었을 뿐이다.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다. 그렇게 하염없이 올라가는데 하얀 옷을 입은 라이더가 보인다. 보이면 곧 잡는 법. 그런데 이 라이더는 참 묘하다. 지친 듯 자세는 흐트려졌지만 경험이 많고 힘이 장사처럼 보인다. 잡힐 듯 말 듯....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올라간다. 그리고 정상 부분 시멘트 업힐에서 추월하는 듯한데, 나란히 나란히.... 상대 라이더가 다시 치고 올라간다. 하지만 그렇게 한 번 무리하면 체력이 뚝 떨어지기 마련아니던가. 그리고 잠시 후, 정상 부근에서 결국 추월하고 정상에서 물 한 잔 마시고 바로 출발한다. 이제 힘든 구간은 다 끝냈기에 홀가분한 기분으로 내리 쏘기면 하면 된다.

  누군가 나에게

  "다녀 본 시합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코스는 어디셨는지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진안 대회요."

  각 대회마다 나름의 특징이 있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랠리는 랠리다운 맛이 있고 싱글 대회는 싱글 대회의 맛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진안 대회의 매력은 전반부가 주는 매력과 후반부가 주는 매력이 정확이 구별된다는 점이다. 남성적인 맛과 여성적인 맛. 후반부 내리막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이미 몸도 풀렸고 전반부 다운힐을 마음껏 못 했기에 어깨 힘 풀고 최대한 노브레이크로 내려갈 작전을 짠다. 그리고 내려가는데 정말 재밌는 헤어핀 코너가 연이어진다. 여기서는 추월당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제법 알지게 내려온다. 코너는 진입하기 전에 살짝 브레이크를 잡은 후 돌면서 페달링을 하여 가속도를 붙인다. 그렇게 몇몇 라이더들 제치고 내려가는데, ㅎㅎ 오르막에서 추월했던 그 라이더가 바짝 추격해온다. ...여기서도 진리는 통하는 법. 그 라이더가 나보다 다운이 강한 것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리란 마음으로 일단 길을 내주고 쫓아간다. 제법 잘 쫓아간다. 미세한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던가...결국 점점 멀어지더니 한 점 점으로 사라지고 그 동네 라이더인지 스탭과 인사를 나누는 라이더에게 한 번 더 추월당한다. 그리고 헤어핀을 지나 시멘트 길이 나오고 다시 아름다운 풀길이 나온다. 여기부터 마음껏 쏠 수 있는 길이다. 정말 신난다. 이제부턴 이 정도 내리막이 이어지겠다는 판단이 서자, 조심하는 분위기에서 속도를 최고로 올린다. 이렇게 시원하게 달린 적이 있던가. 이제는 좁은 아스팔트 길이 나온다. 시속 50~60키로는 충분히 나올 듯하다. 이제는 시합이란 기분이 아니라 가슴까지 다 시원해지는 질주본능을 즐긴다. 그렇게 신나게 달리는데,,,,,

  한 선수가 쓰러져있는 게 아닌가! 속도를 줄이며 '괜찮으세요' 하고 안부를 물으며 '집행진에게 연락해야 하나요' 하며 슬쩍 뒤돌아보니 우리 팀의 현대 님이다. 급하게 정지한 후, 다가가니 심하게 다쳤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일어나보라고 하니 일어는 난다. 다행이다. 그런데 한 선수가 옆 난간을 넘어오고 있었다. 서로 부딪치며 난간을 넘어 저 아래 개울로 떨어졌던 것이다. 그 라이더 난간을 넘어오더니

  "자전거 일이 년 타봤나!" 라며 뭐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움직일 정도니 일단 큰 부상은 없는 듯하다. 그런데 우리 현대 님도 뭐라 한다. 일단 선수가 크게 다치지 않은 듯하고 나도 모르는 상황이니 끼어들 입장도 아니었기에 다시 시합에 임해야할 듯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다치지 않았는지 상황을 점검한 후 시합을 재개한다.

  신나게 달리면 탄력으로 가볍게 오를 길을 댄싱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다시 다운힐,,,,그리고 도로다. ㅎㅎ 인생이 곡절이 너무 많아도 피곤하고 너무 없어도 밋밋하지 않던가. 그래서 양념인지 막판에 도로 업힐이다. 하지만 이 정도 쯤이야,,,,신나게 오르는데, 끝에쯤 가니 기운이 딸린다. 단수를 낮춰 다시 치고 올라가 신나게 다운힐을 한다. 연도에 아줌마 둘이 열광한다. 손을 흔들어 응답해주니...."멋져요,,,넘넘,,,,멋져요...." 여기서 그냥 내려!!! ㅎㅎㅎ

  그리고 조금 더 가니 우측으로 인도하는데, 안양의 불꽃페달 님이 내려온다. 헐,,,,왜,,,그리 내려오느냐고 물었는데,,,,헐,,,어느새 실력이 일취월장해서 나를 앞선 것이다. 그리고 막판 댄싱으로 오르니 계측소가 나오고 이로써 진안 대회를 마무리한다.

  결과는 2시간 34분으로 그랜드마스터 2부에서 10위다. 집행진 분들께 감사드리고 함께한 선수들에게도 감사한다. 그리고 함께 출전한 서산 팀과 안양 팀 선수들에게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