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

복사꽃 매점 - 김 명인

길따라야 2010. 5. 12. 21:12

복사꽃 매점

 

   김 명인

 

유리문을 반쯤 젖혀놓고 젊은 여자가

문턱 밖으로 분홍 꽃술들을 내다놓고 있다

화창한 봄날인데 손님이 없는지

볼이 바알간 너댓 살 계집아이가 제 엄마

치맛자락 붙들고

선반 위의 구름과자 내려달라고 조르는 중이다

만화경 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옛날의 버릇!

울긋불긋 다홍이 잔뜩 진열된 매점 안으로

없는 아이가 손을 끌어서 함께 기웃거리는데

막 걸러놓은 듯 오늘의 꽃술 향기

십리 저쪽 닷새 장은 어느새 파장인지

장꾼들이 저녁을 둘둘 말아 지고 어둑하게

매점 앞을 지나간다

이것저것 잡동사니로 쳐도

아직은 팔 것 지천인 복사꽃 매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