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
푸른 별 - 김 용락
길따라야
2010. 2. 12. 20:52
푸른 별
김 용락
안마당
무더운 한여름 밤이 빛을 틔워가면
타작 막 끝낸 보리 북더기 위에서
개머루 바랭이 쇠비름 똥덤불가시풀 들이
서로의 몸을 비비며
마지막 남은 목숨 모깃불 만들기에 한창입니다
피어오르는 연기 너머로
초저녁 샛별이 뜨고
연기 맵고 모기 극성스러울수록
울양대 넌출 세상 수심
보릿대궁 한숨소리 깊어갈수록
별은 더욱 깊어 푸르러갑니다
올 여린 멍석 위
할머니 무릎 베고 누워 옛이야기 취하다 보면
어느덧
아버지의 야윈 어깨 위로 걸리는 초생달이
밤이슬에 반짝이고
달맞이꽃 개울물에 목욕 갔던
누나들의 발짝 소리가
쿵쿵 좁은 골목길을 흔듭니다
나는 할머니 이야기의 숨결을 마저 이으려
안간힘을 쓰다가 못내 잠이 들면
"밤이슬은 몸에 해롭다
방에 들어가서 자그래이!"
나는 누군가의 포근한 품에 안겨 어디론가 가고
내 누었던 그 자리엔
덩그러니 별 하나 떨어져 누워 있지요
나는 푸른 별이지요
풀물 배어나오듯
미칠 그리움과 설움으로 익어온
나의 시도 푸른 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