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

어느 눈 오는 날 - 진 은영

길따라야 2010. 2. 1. 21:02

어느 눈 오는 날

 

   진 은영

 

                                        나

 

 

                      나 

 

 

 

                                  나

 

 

는 공사판으로 내려온 눈송이

한 일이라고는 증발하는 것뿐이었다.

 

다른 눈송이들이 인부의 어깨를 적시는 동안

다른 눈송이들이 거리를 덧칠하는 동안

다른 눈송이들이 아이들의 다리를 흔드는 동안

 

한 일이라고는 증발하는 일.

낼름거리는 불꽃의 드럼통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