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

나무 속엔 물관이 있다 - 고 재종

길따라야 2010. 1. 27. 21:09

나무 속엔 물관이 있다

 

   고 재종

 

  잦은 바람 속의 겨울 감나무를 보면, 그 가지들이 가는 것이거나

굵은 것이거나 아예 실가지거나 우듬지거나, 모두 다 서로를 훼방놓

는 법이없이 제 숨결 닿는 만큼 찰랑한 허공을 끌어안고, 바르르

떨거나 사운거리거나 건들대거나 휙휙 후리거나, 제 깜냥껏 한 세상

을 흔들거린다.

 

  그 모든 것이 웬만해선 흔들림이 없는 한 집의

  주춧기둥 같은 둥치에서 뻗어나간 게 새삼 신기한 일.

 

  더더욱 그 실가지 하나에 앉은 조막만한 새 한 마리의 무게가 둥

치를 타고 내려가, 칠흑 땅 속의 그 중 깊이 뻗은 실뿌리에까지 거기

흙샅에까지 미쳐, 그 무게를 견딜 힘을 다시 우듬지에까지 올려보내

는 땅심의 배려로, 산 가지는 어느 것 하나라도 어떤 댓바람에도 꺾이

지 않는 당참을 보여주는가.

 

  아, 우린 너무 감동을 모르고 살아왔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