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

통도사 땡감 하나 - 최 영철

길따라야 2010. 1. 22. 20:59

통도사 땡감 하나

 

   최 영철

 

노스님 한 분 석가와 같은 날로 입적 잡아놓고

그날 아침저녁 공양 잘 하시고

절마당도 두어 번 말끔하게 쓸어놓으시고

서산 해 넘어가자 문턱 하나 넘어

이승에서 저승으로 자리를 옮기셨다

 

고무줄 하나 당기고 있다가 탁 놓아버리듯

훌쩍 떨어져 내린 못난 땡감 하나

 

뭇 새들이 그냥 지나가도록 그 땡감 떫고 떫어

참 다행이었다고 나는 생각하고

헛물만 켜고 간 배고픈 새들에게

참 미안한 일이었다고 땡감은 생각하고

 

노스님을 떨구어낸 감나무

이제 좀 홀가분해 팔기지개를 켜기 시작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