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

겨우 존재하는 것들 3 - 강 형철

길따라야 2010. 1. 13. 21:19

겨우 존재하는 것들 3

 

   강 형철

 

산 아래 모든 집들이

가슴 앞에 불 하나씩

단정하게 달고 있습니다

 

앓아누운 노모가

자식의 손에

자신의 엷은 체온을 얹듯

세상의 어둠 위에

불들은

자신의 몸을 포갭니다

 

땀보다도

그림자보다도 긴

흔적들

짚불보다 더 뜨겁습니다

 

불빛 너머

손금처럼 쥐고 그댈 그리워하던

내 마음도

창호지 밖 그림자로 어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