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차 한 잔과 시
쉬 - 문인수
길따라야
2009. 9. 11. 10:34
쉬
문 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하실까 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였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 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땅에 붙들어 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어느 상가집에 가서 들은 이야기를 시로 승화시켰다는군요. 일상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이렇게 담담하게 풀어도 그게 시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