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선생수다/머피 선생의 식설객설
머피 선생 괴로운 날
길따라야
2008. 7. 30. 14:13
마감이 내일로 시간이 참 촉박한데, 도서관에서 옛 사랑을 만났습니다. 하나도 안 변하고 여전히 예쁜 그녀를 보니, 아니 그런 사실을 발견하기 전에 전혀 낯선 장소에서 그녀를 만났다는 것이 잠시 당황으로 다가오더니 그리움과 사랑의 감정이 밀물처럼 밀려오네요. 예쁜 두 딸을 데리고 왔는데, 아이들은 왜 그렇게 예쁘게 생겼는지. 이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감정이 북받쳐 울 것만 같습니다. 결혼을 약속하고 사귀었지만, 부모의 반대로, 그 보다는 나의 용기 부족으로 헤어져야 했던, 그녀. 언젠가도 길에서 남편과 같이 있다 두 눈이 서로 마주치곤 서로 눈길을 돌리며 후닥닥 도망쳤던 기억의 한 토막. 사랑과 그리움이란 그렇게 화석처럼 마음 깊이 숨어 있는가 봅니다. 행복한지 물어보고 싶지만, 간신히 다시 찾아 명함만 주고 돌아섰습니다. 10년 쯤 전의 그 그리움이 이렇게 가슴을 뛰게 만드는 건, 이렇게 가슴이 메이게 하는 건, 그녀이기 때문이죠. 숱한 날을 그리워하고 원망하던 그녀가 먼 그녀지만 내 눈 앞에 있는 건, 죽어서라도 언젠간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신의 계시겠죠. 소낙비가 한 줄금 내리치는 오후, 내 가슴의 격랑이네요. 흙탕물처럼 도도하게 굽이치는 감정의 탁류는 그녀에 대한 원망과 사랑과 그리움이 내 통제를 벗어나, 주체할 수 없는 자신만의 깊이를 표출하려는 용틀림이겠죠.
성숙한 아이의 엄마로 나타난 그녀의 잔잔한 행복을 빕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라고, 가정이 따뜻하길 기도합니다.